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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장. 이해하고 있다는 착각

1. 팀장은 자신의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 잘 모른다

팀장은 생각보다
팀원들이 자신을 어떻게 느끼는지 거의 모른다.

김 팀장은 늘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후배들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야.”

하지만 팀원들의 익명 설문에는
같은 말이 반복해서 등장했다.

“팀장님은… 좀 꼰대 같아요.”

김 팀장은 충격을 받았다.
그가 가장 싫어하던 모습이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2. 같은 행동, 정반대의 해석

김 팀장은 회의 때 자주 이렇게 말했다.

“예전에 우리 팀이 성과 잘 냈을 때는 말이야…”

그의 의도는 경험 공유였다.
도움을 주고 싶었다.

하지만 팀원들은 다르게 느꼈다.

  • 새로운 제안은 항상 과거 이야기로 덮인다
  • 지금 얘기는 중요하지 않다는 신호처럼 들린다
  • 결국 내 의견은 참고용일 뿐이다

김 팀장은 존중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팀원들은 강요당하고 있다고 느꼈다.

같은 말, 같은 행동.
왜 이렇게 다르게 해석될까?


3. 우리 뇌는 과거를 그대로 기억하지 않는다

문제는 성격이 아니다.
기억의 방식이다.

우리 뇌는 과거를
있는 그대로 저장하지 않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가장 성과가 좋았던 순간을 중심으로
과거를 다시 편집한다.

팀장이 떠올리는 과거는
성과가 났던 하이라이트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실패는 있었고,
갈등도 있었고,
지금의 팀원처럼 고민하던 후배도 있었다.

그 장면들은 기억에서 빠진다.

그래서 팀장은 진심으로 이렇게 믿는다.
“그땐 이렇게 해서 잘 됐어.”

하지만 그건
과거 전체가 아니라,
과거 중 가장 좋았던 일부
다.


4. 우리 뇌는 없던 기억도 만들어낸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면 더 위험해진다.

우리 뇌는
기억이 비어 있으면,
그럴듯한 내용으로 채워 넣는다.

유리창, 창틀, 커튼, 전등이라는 말을 들으면
사람들은 실제로 없었던 ‘창문’을
있었다고 기억한다.

팀장도 마찬가지다.

“나는 후배들 의견을 항상 들었어.”
“나는 강요한 적 없어.”

그렇게 기억을 보완한다.

실제로는
반박을 했을 수도 있고,
회의를 빨리 정리하려 했을 수도 있고,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삼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기억은
그 불편한 부분을 지운다.

그래서 팀장은
진심으로 억울해진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5. 그래서 오해가 생긴다

팀장은 말한다.
“예전에는 이렇게 해서 성공했어.”

팀원은 속으로 묻는다.
“그럼 지금 우리가 하는 건 왜 안 되죠?”

팀장은 도움을 주고 싶었고,
팀원은 평가받고 있다고 느낀다.

의도는 선하지만,
기억은 왜곡되어 있고,
그 왜곡 위에서 말이 나온다.

그래서 같은 말이
‘조언’이 아니라
‘꼰대 같다’는 평가로 돌아온다.


6. 기억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세 가지 기준

첫 번째 기준

과거를 답으로 쓰지 않는다

“예전에는 이렇게 했어.”(X)
→ “예전에 이런 시도가 있었는데, 지금도 맞을까?”(O)

과거는 정답이 아니라 참고 자료다.


두 번째 기준

현재를 과거와 비교하지 않는다

과거는 편집된 기억이고,
현재는 모든 시행착오가 노출된 상태다.

비교 자체가 팀원을 위축시킨다.


세 번째 기준

‘안다’는 표현을 경계한다

“내가 너 상황 알지.”(X)
→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을까?”(O)

이해는 선언이 아니라 확인이다.


7. 좋은 팀장은 자신의 기억을 의심한다

좋은 팀장은 이렇게 말한다.

“내 기억이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그래서 더 묻고,
더 듣고,
더 천천히 판단한다.

이해 실패는 무능이 아니다.
기억을 절대화하는 착각이다.

“내가 너를 안다”가 아니라
“잘 이해하고 싶다”는 태도.

그게 진짜 리더십의 출발점이다.